[문예마당] 사막에서, 튜바 소리
모래 산은 잘 갈아놓은 칼날처럼 날이 서 있다 한나절 그득한 하늘이 에워싸고 있는 꼭대기를 향해 걷는 힘든 걸음은 거친 숨을 잠시 멈추기 위해 불쑥불쑥 사방을 두리번거리게 한다 견고하리라 싶어 모서리를 밟고 서면 허망하게 푹 꺼져버린다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라는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인 것 같이 왜 이곳이, 죽음의 계곡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되었을까, 인생은 한 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외길인데 왜 살인적 더위의 이곳을 지름길이라 선택했을까, 바람 부는 날 가쌍까상 메마른 모래 위에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면 *튜바는 아.파.라, 아.파.라, 무명의 탈을 쓰고 소리를 지른다 제 아픔 서러움의 진물인지 아직도 아.파.라, 불어댈까, 한 움큼 모래알갱이를 쥐었다가 손을 편다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모래는, 바람 따라 미라의 긴 머리채처럼 황금색 낙타 쌍봉을 향해 수시로 무늬와 형태를 바꾸며 이사 오고 이사 가고 흩어졌다가 시골 장터 무동을 어깨 위에 세우곤 덩더꿍 덩더꿍 풍물놀이 장단 맞추는 너, 나 그런 개념 없이 어울려 땅따먹기한다 그 속에 무슨 정이 있다고…아직까지 정이 있다며 공동체를 만들며 살아가는지 무한 허공 목이 마르다, 천근만근 무거운 두 다리 함부로 신발 속과 온몸에 박혀 있는 모래를 툭툭 털어내면서 자동차 안에 있는 페트병 생수를 찾아 꿀꺽꿀꺽 마신다 서녘 하늘에서 가슴 더운 노을이 하강하여 먼 산은 눈시울 붉어지도록 내려앉는다 너덜거리는, 기억 속의 잔여울이 여울지어 붉은 황금빛 모래 산은 어느새 검은 긴 천을 두르고 하나씩 잠자리에 든다 *금관악기 중 최저음역을 내는 악기 강양욱 / 시인시 사막 소리 서녘 하늘 풍물놀이 장단 황금색 낙타